본문 바로가기
おそ松さん ❄/단편

[카라이치] 우열

by cllun 2016. 2. 19.
* ‘배우 카라마츠’라는 주제의 소설 1편(일 것)입니다.
* 훈훈한 가족애가 있습니다.
* 욕설 






 어느 날부터 카라마츠가 TV에 나오기 시작했다.
 꽤 자주 나오기 시작했다.






 “나, 직업이 생겼어.”

 카라마츠는 도게자를 한 채로 죽을 죄라도 지은 듯이, 그렇게 말했었다.
 하긴, 죽을 죄이기는 했다. 우리 중에 그 누구도, 심지어 가장 가능성 높던 쵸로마츠조차도 취업을 못 하고 있었는데 TV를 보다가 갑자기 꿇고는 한다는 소리가 ‘직업이 생겼어.’라니. 니트 주제에 이젠 할 말 못할 말도 가리지 못하는 건지. 게다가 보고 있던 쇼, 꽤 재미있던 코미디 프로였다고. 나도 즐겨볼 만큼 말이야.
 카라마츠의 깜짝 발언을 우습게 여긴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오소마츠 형, 쵸로마츠 형, 토도마츠. 쥬시마츠조차도 별 일 아니라는 것처럼 굴었다.

 “뭐, 어디서 배우라도 시켜준대? 형의 그 행색을 보고? 택도 없,”
 “길거리 캐스팅 당해서, 배우가 됐어.”

 조금 놀랐다. 얄밉게 입을 놀리던 토도마츠도 숨을 멈췄다. 쥬시마츠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안 그래도 사백안이라 무서운데 눈을 크게 뜨니 더 무서워졌다.
 오소마츠가 허허,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우리 차남은 언제부터 TV에 나오는 걸까~? 아, 혹시 에로 채널?”
 “내년에 개봉 예정인 영화에 조연으로.”

 정말 놀랐다.





*





 처음에는 농담인가 했다. 쿠소마츠니까 배우따위 절대로 거짓말이라고, 괜히 허세부리고는 싶은데 평소처럼 하려니 먹히지 않아서 그런 강도 높은 농담을 지껄인 거라고. 마침 학창 시절 연극부였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그에게는 가능한 일이었다. 몹시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카라마츠가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다. 거기다가 어디서 가져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본같은 종잇쪼가리도 들고 들어와서는 꼭 하루에 한 명씩을 붙잡고 상대역을 해달라며 질질 늘어지지를 않나, 정 없으면 혼자서 1인 2역을 하지를 않나(최대 1인 5역까지 봤다. 그에게서 그렇게 많은 목소리가 나오는지 그 때 처음 알았다).
 처음 한두 번은 형제들도 낯선 카라마츠의 모습에 당황했었다. 그런데 그게 차츰 익숙해지니 이제는 카라마츠가 돌아와 저녁을 먹고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 호명된 사람은 한숨을 쉬며 대본을 훑어봤다. 그것이 일상이 되어갔다.

 “아, 그거 아니야.”
 “하지만 여기, 이렇게 적혀있는걸.”
 “오늘 바뀌었는데 내가 깜빡했나보네. 고쳐야겠다. 거기 대사, ‘죄송하지만 보고 싶지 않아요. 돌아가주시면 감사드립니다.’야.”
 “그렇구나. 그럼 다시, 큼. 죄송하지만 보고 싶지 않아요. 돌아가주시면 감사드립니다.”
 “아니, 잠, 잠시만요. 이걸 가져왔잖아요. 보세요. 보고 나 좀 들여달라고!”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길.”
 “…제길….”

 쵸로마츠 형과 카라마츠 형의 열연을 모두가 거실에서 지켜봤다. 이것 역시 일상이 된 것 중의 일부였다.
 주위를 둘러봤다. 웃고 있었다. 즐거워했다. 저런 멍청한 몸짓 발짓들이 뭐가 재미있는지 모두들 키득거리고 한숨 쉬고 미소 짓고 쌍욕을 날리며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나는 영원히 끼지 못할 것 같았다. 점점 더 소외감이 짙어져 마음이 검어졌다. 그렇게 싫어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카라마츠에게 향하던 보이지 않던 가족애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참아두던 열이 올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소리쳤다.

 “아─아, 연기도 더럽게 못해서 볼 맛 안 나네. 쿠소마츠면 쓰레기답게 굴어. 뭔 연기를 하겠다고 지랄이야.”
 “이치마츠, 지금 무슨…?”
 “잡지 마!”

 팔을 붙잡는 그를 쳐내고 쿵쾅쿵쾅 밖으로 나가버렸다. 날이 추웠지만 얇은 후드 하나로도 충분했다. 볼이, 코가 시리다 못해 아렸다. 분명 붉어져 있겠지. 하지만 그 편이 차라리 나았다. 따뜻한 집 안에서 얼굴이 붉어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하다못해 핑계라도 만들 수 있으니까.



 이제는 손끝에 더 감각도 느껴지지 않을 때였다. 잠깐 잠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등에 툭하고 떨어지는 옷가지가 느껴져 고개를 들어보니 카라마츠가 웃으며 서있었다. 참 자존심 없는 새끼구나, 생각했다.

 “여기서 자면 얼어 죽어, 이치마츠.”

 고개를 돌렸다. 옆에 그가 앉는 것이 느껴졌다. 언제나처럼 웃으며 붙어오는 그를 보자니 괜히 다시 짜증이 솟아서 얼굴은 보지도 않고 사납게 쏘아붙였다.

 “꺼져.”
 “벌써 새벽인데 이치마츠도 들어가야지. 다른 애들이 걱정한다.”
 “신경 꺼.”
 “어떻게 그래? 동생인데.”

 동생이면 뭐, 어쩌라고. 뭔 상관이야, 그게. 피차 같은 쓰레기 주제에. 꼬인 생각만 들어 비웃었다.

 “쿠소마츠, 너같이 존심 쥐뿔도 없는 새끼는 형도 아니거든.”
 “……아아.”

 이쯤 하면 관심은 커녕 밉기만 하겠지. 연기 모욕에 형이란 정체성을 모욕했으니 다시는 안 보려고도 할 거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싫어질 요소밖에는 없었다.
 한참동안이나 그는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나도 말없이 앉아있었다. 골목길은 무척이나 추웠지만 그런대로 버틸 만했다. 감각도 점점 돌아왔다. 그러고 나니 옆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제야 나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라마츠가 푸른 후드 한 장만 걸친 채 덜덜 떨고 있었다.

 “…병신이야? 집에 들어가면 되잖아.”
 “하, 하하하…, 이치마츠가 여기 있으니까 같이 들어갈 때까지는 옆에 있어줘야지. 외롭잖아.”
 “배알도 없는 새끼. 쓰레기한테 관심 주지 말라고.”
 “씁! 쓰레기라고 하지 마. 누가 뭐래도 나한테는 예쁜 동생이야.”
 “미친 노, 옴.”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를 보았다.

 “야…. 너, 눈,”

 이번에 먼저 눈을 돌린 것은 카라마츠였다. 그가 손으로 벌건 눈을 문질렀다.

 “아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짰냐?”
 “어. 아, 아니, ……어….”
 “왜.”

 카라마츠의 입이 더 열리지 않았다.
 그를 세게 한 대 치고 나서야 그 입이 열렸다.

 “네가 연기 못한다고 해서, 조금…….”
 “……뭐야. 남자 맞아? 밑에 달렸냐?”
 “뭐, 뭐, 야! 당연한 걸 왜 물어! 목욕탕에서 매번 보면서 말이야.”
 “아아.”

 고개를 돌렸다. 딱히 더 할 말이 없어서였다. 그도 대화를 더 이어나갈 재간은 없었는지 더 말하지 않았다. 조용한 사이로 입김만 떠다녔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에 들어가려는 심산이었다. 슬슬 졸렸다.
 혼자 들어가려고 생각했지만 일어나면서 떨어진 카라마츠의 옷을 보고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를 발로 건드렸다. 옷에 대한 보답은 이정도로도 충분했다.

 “어, 어? 씁, 왜?”
 “집.”
 “아, 그래. 이제 일어나는 거지?”

 그가 따라 일어나는 걸 보고 먼저 몸을 돌려 앞장섰다. 그도 따라오는 모양이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잠깐 조용히 걸었는데, 침묵은 카라마츠가 깼다.

 “저기, 내가 생각해봤는데, 이치마츠가 내 상대를 안 해주는 것도 내가 연기를 못해서 그런 거지?”
 “…….”

 정확히 말하자면 아니었다. 그는 충분히 잘했다. 그 덕분인지 그 거지같은 말투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만큼 연기가 몹시 좋았다. 못한다는 객기는 그저 나의 같잖은 심술이었다. 또 상대를 안 해주는 이유도 비슷했다. 같잖은 심술이었고, 덧붙여 말하자면 쪽팔리니까.

 “열심히 노력할 테니까 연기가 좋아지면 상대해줄래? 이치마츠랑 해보고 싶어서 그래.”
 “쓸모없는 노력을 하려고 그러냐. 포기해. 넌 존나 못해.”
 “아니, 그래도 그렇게 되면 말이야. 해줄래?”

 어느새 카라마츠가 옆에 서서 내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강렬한 눈빛이었다. 이 새끼, 요즘 덜 맞았나. 겁먹지도 않고.
 그것보다 더 잘하게 된다니 왜 그렇게 나랑 리허설을 해보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더 잘하면 얼마나 더 잘하려고 그러는 건지.
 그가 재촉했다. 해주면 안 될까? 해줘. 그래서 물었다.

 “다른 형제들도 있는데 왜 하필 나야?”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너 연기 잘하잖아. 보고 싶어.”
 “개소리.”
 “너랑은 안 해봤고.”

 무슨 자신감이야, 내가 연기를 잘한다니. 실제로 나는 연기를 굉장히 못했다. 못한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저었다. 카라마츠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다.

 “정말 보고 싶다니까. 응?”
 “시끄러워, 쿠소마츠.”
 “괜찮아.”

 또 열이 올라 그의 멱살을 잡았다. 반사적으로 손아귀에서 움츠러드는 카라마츠가 느껴졌다. 부들거리는 그의 한심한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답답해서 이를 갈았다.

 “으…,”
 “안 해. 네가 해봐야 얼마나 잘하겠어?”
 “…그래도…! 진짜 열심히 할테니까 잘하게 되면 같이 해줄 수는 있잖아!”
 “아, 병신아! 열심히 하지 마라고! 니트 주제에 신분 상승이라도 했다고 착각해?”
 “내가 톳티인 줄이나 알아?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같이 하고 싶다고! 동생이랑 내가 좋아하는 걸 나누고 싶은 이 마음이 신분 상승으로 인한 우월감으로 보여? 병신은 너잖아!”
 “닥쳐!”

 퍽, 카라마츠의 뺨이 붉어졌다. 주먹의 소행이었다. 힘이 빠져서 멱살을 놓아버리고 눈을 문질렀다. 쿠소마츠 주제에 동네 시끄럽게나 하고.
 ─씨발. 그래 좋아, 알겠다고. 여전히 노려보는 카라마츠를 죽일 듯이 보며 읊조렸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해주지.”

 울먹이던 그의 눈이 생생해졌다. 정말?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렇게 좋을까. 쯧,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





 고작 한 달이었다.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절 사랑해주세요. 절 선택해주세요. 못 살아, 안 돼, 저와 함께 있어주세요. 가지 말아요….”
 “─와우. 형아 소름 돋아서 상대역 못 해주겠는데?”
 “그래?”
 “내가 다 떨린다니까.”

 카라마츠의 연기력은 끔찍하게 발전해 있었다.

 “이치마츠, 왜 떨어? 어디 아파?”
 “…아, 아니. 괜찮아, 형.”

 쵸로마츠 형이 걱정스럽게 물어 괜찮다고 대꾸했다. 그렇지만, 실은 괜찮지 못했다. 이러다 내가 쿠소마츠 앞에서 연기를 해줘야 할 판인데 괜찮을 리가 없지.
 “카라마츠, 연기 참 잘 한다.”쵸로마츠의 말 한 마디에 불안함을 애써 감추며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시선을 의식한 건지 그도 내게로 눈을 돌렸다. 그러더니 씩 웃었다. 뭐야, 왜 웃는데. 괜히 재수없어서 인상을 찌푸렸다.





*





 조금 늦게 일어났는데 집안에는 카라마츠와 나뿐이었다. 늦은 아침을 먹으며 들어보니 형 둘은 빠칭코에 갔고 동생 둘은 같이 야구 경기를 보러 갔다고 했다. 너는 왜 안 나가냐, 하니 자신은 할 일이 딱히 없다고 했다. 역시 니트 새끼. 그동안이 이상했던 거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그와 나 사이에는 지독하리만큼 깊은 정적이 흘렀다. 그는 거울을 봤고 나는 고양이 캔을 만지작거렸다. 별로 이렇다 할 접점은 없었다.
 문득 들리는 소음이 있었다. 거울을 내려놓는 소리였다. 고개를 드니 카라마츠가 대본을 들고 다가와 내밀었다. 조금 갑작스러웠다.

 “뭐야.”
 “나 요즘 많이 늘었으니까, 상대역 부탁드립니다!”
 “…….”

 뭐라고 쳐내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은연 중에 그의 연기력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문이 막혀 입만 다물고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자신감도 오지네.”
 “어…, 그래도 요즘 이치마츠 제법 진지하게 내 연기 봤었잖아. 그리고 솔직히 잘하지 않았어? 촬영장에서도 칭찬 자주 듣는데!”
 “꼴보기 싫을 때마다 나가버리면 감기 걸릴 거니까 그랬다.”
 “하하, 거짓말. 너 지금 귀 빨간 거 알아?”

 귀가 빨간 건 내 탓이 아니었다. 그가 전에 했던 대사와 비슷한 말을 해서 상상했을 뿐이었다. …그래, 멋지긴 했어. 인정하긴 싫지만. 차마 이걸 뱉어놓을 수 없어 입술을 물어뜯었다.
 이미 눈치챈 모양이었다. 내 무릎에 억지로 밀어넣어진 대본이 그걸 말해줬다.

 “자, 이치마츠. 여기 마지막 장면만 하면 돼. 이걸로 연기는 끝이니까 더 시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

 더 시켜도 안 해. 속으로 중얼거리며 할 수 없이 대본을 펼쳤다. 언뜻 본 카라마츠의 얼굴이 밝아졌다. 제길, 쿠소마츠. 결국 시키는 거냐. 약속을 괜히 했다, 대답을 못 한 게 화근이었다, 생각하며 국어책 읽듯이 읽었다.

 “띵동, 문 열어봐.”
 “이치마츠, 조금만 더 활기차고 귀엽게 해봐. 그거 꼬마역이니까.”
 “그냥 해.”
 “아, 네….”

 그가 기지개를 피고 하품을 하며 멀리서 오며 문을 여는 시늉을 했다. 바보같았다.

 “누구…, 어라. 어쩐 일이에요?”
 “형, …아랑 놀려고 왔어. 뭐 했어? 샤워한 거야?”

 카라마츠의 손이 내 볼을 잡고 흔들었다. 웃고 있었지만 카라마츠같지 않았다.
 문득 소름이 끼쳤다. 내가 아는 쿠소마츠가 아니야. 내가 아는 형이 아니야. 볼이 축축해지고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 이치마츠, 왜 울어? 무서웠어? 이상했어?”

 다시 카라마츠. 찌질한 카라마츠였다. 안도감에 눈물이 더 줄줄 흘렀다. 그가 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아줬지만 그다지 거부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미안, 울리려던 건 아니었는데.”
 “…달라.”
 “응?”
 “쿠소마츠랑 달라. 그렇게 웃지 않아. 형이 아니야.”

 나는 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솔직해지니까.
 입을 틀어막으려다가 그만두고 눈물을 닦는 카라마츠의 손을 떼어냈다. 눈물은 멈췄고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가버린 말은 담을 수 없다.

 “고맙다고 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거. 욕이야, 칭찬이야? 아니, 그것보다 형이라고? 아직 날 형이라고 생각해준다니 기뻐서 미칠 지경인데!”
 “새끼야, 그럼 네가 내 동생이냐? 씨발, 연기 존나 잘하네, 까무러치겠어.”
 “헉, 진짜로?”
 “이제 속이 시원해? …하, 나, 진짜…….”

 뭔가 억울했다. 굉장히 억울했다. 기뻐하는 카라마츠를 보면서 속이 썩어문드러지는 나는 역시 쓰레기야. 자기 비하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소외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다른 형제들은 모두 카라마츠를 좋아했고, 그 이유는 카라마츠가 정말로 좋아하는 걸 하며 빛나는 걸 진심으로 축하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 했다. 카라마츠가 빛나는 걸 두려워했고 열등감에 썩었다. 언제까지고 쓰레기여야 한다고, 내 멋대로 그를 판단했다. 단순히 그가 내게 맞아준다는 이유 하나로 그렇게 했다.

 “이런 새끼는 사라져야 하는데.”

 사실은 연기하는 카라마츠를 좋아했다. 반짝거리고 당당해서 멋있었으니까. 가끔은 오소마츠 형보다도 좋았다. 이렇게 멋진 사람이 내 형이고, 날 온전히 받아준다는 게 좋았다. 그저 빌어먹을 질투였다. 그에게 함부로 대한 것은 그것이 다였다. 여전히 그는 다정했지만 간혹 지쳐보였다. 나 때문이겠지. 오소마츠 형에게 상담 받는 것도 들었다. ‘이치마츠가 말이야….’로 시작하는 상담이었다. 얼마나 꼴보기 싫을까. 나도 알고 있어. 결국 그럴 때마다 도망쳤다. 그리고 더 심하게 살았다.

 “이치마츠가 사라지면 슬플 거야. 그런 소리 마.”

 그런데도 이 멍청한 놈은 어떻게 알았는지 언제나 손을 내밀어줬다. 지금처럼 스스럼없이 말하고 안아줬다. 심한 말을 들어도 허허, 손찌검을 해도 허허.
 카라마츠를 보고 나를 보면 내 자신이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시끄러워.”

 미안해요, 형. 형을 질투했어. 잘하는 것도 없는 탓에 형을 질투하고 말았어. 항상 잘 대해줬는데 이렇게밖에는 못 해줘서 미안해.

 “너한테 한 소리야.”

 못된 말뿐이라서 미안해.
 카라마츠에게 안긴 채로 숨만 쉬었다.

 “그래, 그래. 어디 안 가니까 울고 싶으면 울어.”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한결같은 그의 태도에 치를 떨었다.


'おそ松さん ❄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소쵸로] 농담도 계속하면 진담  (1) 2016.02.19
[이치마츠] 성실한,  (0) 2016.02.19
[카라이치] 소개팅  (0) 2016.02.19
[이치카라] Black Santa After  (0) 2016.02.18
[색깔마츠]  (0) 201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