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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Tale ❄

【텔샌펠샌】 to. 산비님

by cllun 2016. 8. 8.

【텔샌펠샌】 to. 산비님




 샌즈는 초소를 지켰다. 항상 그랬지만, 오늘 같은 날도 역시 마찬가지로 주시해야 할 일은 없었다. 특별한 일도, 평범한 일도 없는 스노우딘의 그저 그런 일상이었다. 언제나처럼 눈이 내렸으며 쌓여있었다. 소복하게 세상을 덮은 눈을 보고 있으면 그 시리도록 깨끗한 흰색이 샌즈를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거기다 누가 해놨는지 나무는 한결같이 같은 간격으로 침엽수가 심겨있는, 이 풍경은 정말 질리도록 항상 같았다.

 샌즈는 오늘 하루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이 쓸모없는 공간에 허비했다. 언제나 그랬다. 지나가는 괴물도, 하다못해 인간조차도 없는 이곳에서 샌즈는 수많은 부질없는 추억을 흘려보냈다. 더 이상 하나하나 세는 것도 불필요하며 무가치한 일이었다.

 아, 이제 한계. 샌즈는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며 입김을 내뿜었다. 하얀 김이 공기를 가르고 나아갔다. 지하의 축축하고 퀴퀴한 기체 사이를 지나갈 이산화탄소의 주인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니 샌즈는 괜히 묘한 기분이 들어 발 옆의 눈을 찼다. 스노우딘은 질렸다. 어딘가로 가지 않으면 어떤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꼬마, 아니, 꼬마인지 어른인지 모를 플레이어, 프리스크가 거쳐간 이후로 그렇게 되었다. 괴물들은 지상으로 나갔고 지하에 남아있는 괴물은 샌즈와 가끔 샌즈를 보러오는 그의 친구들, 가족들이 전부였다. 지하는 공허했다. 그들은 샌즈에게 지상으로 올라와 같이 생활하는 것을 권유했지만 그는 그에게 맡겨진 이 임무를 제 손으로 끝내고 싶었다.

 사실은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샌즈에게 있어 지하는 아직도 한구석을 차지했다. 여전히 그에게는 집이었고 돌아갈 곳이었다. 고개를 돌리면 어느 곳 하나도 기억이 온전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편안함을 가져왔다. 지상은 샌즈를 이방인이라고 지칭하는 것 같았다. 그게 맞았다. 인간과 괴물의 평화는 훌륭한 일이겠지, 하지만 서로에 대한 시선은 언제까지나 다를 것이다.

 샌즈는 자신을 거부하는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그 공간을 거부한 것이겠지만, 그보다는 지하를 선택했다는 쪽이 더 좋겠다.


 “헤, 그건 그렇고 정말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서 한 번만 움직여 핫랜드로 간다면 또 다른 빨간 풍경이 보일 터였다. 다른 의미로 괴물 하나를 비정상으로 만들어주는 용암 지대. 빨간색도 샌즈는 별 생각이 들지 않는 그저 그런 색 중의 하나였다.

 그래도 좀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보고 있으면 미칠 것 같은 곳. 샌즈에게 지하는 그런 곳이었다. 그렇지 않은 곳은 없었다. 이다지도 색채가 없는 곳이 있을까. 샌즈는 이미 지상의 화려함을 보고 왔다.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면 그래, 차라리 발전 없이 있도록 하자. 샌즈는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

 도중에,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를 샌즈는 들었다. 그것은 샌즈가 막 ‘도그를 만들고 난 이후였다. 언뜻 욕설을 들은 것도 같다. 시발이라고.


 “아, 쓰, 시발!”


 그래, 딱 저렇게.

 초소에 턱을 괴고 있던 샌즈는 저렇게 욕을 하며 들어올 괴물이 이 지하에 있었던가,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며칠만의 손님인 건 분명하니 초소병인 자신이 친절하게 귀찮음을 무릅쓰고 맞아줄 의향이 있었다.


 “존나…, 왜 저런 곳에 떨어지는 건데. 아프게.”

 “지하에 오다니, 오랜만이겠네?”

 “……하?”


 숨을 멈추는 그 태도에 그제야 샌즈는 이상한 조짐을 감지했다. 그리고 상대를 제대로 응시했다. 동시에 자신도 숨을 멈추어야 했다.

 똑같은 키에, 똑같은 해골. 중간에 금니가 하나 포함된 뾰족한 이빨과 날선 인상, 옷차림만 아니었다면 거울이라도 있는지 주변을 확인했을 것이다. 샌즈의 앞에는 샌즈와 똑같이 생긴 괴물이 존재했다. 이게 인간들이 말하는 도플갱어란 건가. 샌즈는 헤, 웃었다. 웃기는 하는데, 굉장히 당황했다.

 입이 거친 그 괴물도 마찬가지였다.


 “씨발, 너 누구야.”

 “헤헤,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처웃지 말고 대답이나 해.”

 “샌즈, 보다시피 해골이지.”


 샌즈의 대답으로 잠깐 정적이 흘렀다. 괴물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동시에 험악해졌다.


 “내가 샌즈인데.”

 “…………이런.”


 샌즈는 자신을 ‘샌즈’라 칭하는 괴물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가벼운 행동이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샌즈, 샌즈라면 분명 시공간을 이동했겠지. 잘못 이동해 이곳으로 온 걸까.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간만에 굴리는 머리라 샌즈는 삐걱거리는 환청을 들은 것도 같았다.


 “사칭범이지, 새끼야!”


 갑자기 ‘샌즈’가 샌즈의 멱살을 잡았다. 그쪽에서도 나름대로 뭔가를 생각하더니 결국 도달한 결론이 그쪽이었나 보다. 샌즈는 켁, 하고 느리게 제 멱살을 잡은 ‘샌즈’의 손을 톡톡 두드렸다.


 “샌즈. 좋아, 일단 이것 좀 놓고 얘기하자고.”

 “놓으면 도망가려고? 개자식, 그냥 죽여주지!”

 “아니, 사칭범이 아니니까 도망도 안 가.”

 “누가 그걸 믿을 줄 알아?”


 샌즈는 ‘샌즈’의 손길에 속절없이 짤짤 흔들렸다. 딱히 숨이 막힌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골’이 흔들렸다. 샌즈는 아주 조금 더 다급하게 ‘샌즈’의 손을 탁탁 쳤다.


 “정 그러면 손이라도 잡아, 샌즈.”

 “…………씨…, 좋아. 도망가면 죽인다.”

 “안 간다니까.”


 ‘샌즈’는 흔들던 것을 그만두고 얌전히 샌즈의 손목을 잡았다. 자신과 같은 두께의 뼈를 잡는 기분이 ‘샌즈’에게 썩 좋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아주 싫은 것도 아니었다. 단지 이상했다.

 샌즈는 겨우 풀려나 옷을 툭툭 털어내며 ‘샌즈’에게 물었다.


 “혹시 공간이동이라든가?”

 “…흥. 그렇다면?”

 “헤, 역시. 시간선을 잘못 건너왔나 보네.”

 “시간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도 샌즈란 걸 잊지 말아줘.”


 샌즈는 마치 샌즈라는 종이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샌즈’는 그걸 제법 납득하는 것 같았다. 귀찮게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애초에 설명할 수도 없었다. 시공간 이동에 오류가 난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샌즈’는 주위를 경계하듯 둘러보고 샌즈의 손목을 놓았다. 이렇게 이곳에서 위협만 하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서였다. 샌즈는 손목을 가볍게 돌리며 ‘도그를 꺼내 ‘샌즈’에게 건넸다. ‘샌즈’는 ‘도그를 보며 움찔했다가 천천히, 끝부분만 살짝 잡아 들어올렸다.


 “독이 들지는 않았겠지?”

 “그럴 리가. 그냥 평범한 ‘도그라고.”

 “핫도그도 아니고.”


 ‘샌즈’가 실소를 터트렸다. 배는 고팠던 모양인지 곧 ‘도그를 한 입에 넣는 모습을 보였다. 샌즈는 돈을 받을까 생각하다가 저 괴물이라면 돈 받는다고 죽이겠지, 같은 종류의 생각이 떠올라 그 방법은 친해지는데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느껴 그만두었다.

 ‘샌즈’는 입을 다시며 주위를 둘러봤다. 눈으로 온통 둘러싸여 다른 괴물의 기척은 감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없는 것 같았다. 진작 황폐해지고 버려진 곳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샌즈’는 다음으로 샌즈를 살폈다. 꽤나 여유로워 보이지만 다시 보니 그냥 평범한 해골이었다. 이런 괴물에게 경계를 했다는 것에 ‘샌즈’는 자신이 한심하다 생각했다.

 샌즈는 하품하며 ‘샌즈’에게 물었다.


 “어떤 시간선에서 왔어?”


 ‘샌즈’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고 고민했다가, 다시 열었다.


 “지하.”

 “헤. 지하?”

 “시발, 뭘 더 말하라는 건지 모르겠네. 그냥 지하에서 왔다고!”


 ‘샌즈’가 돌연 씩씩거리며 인상을 확 찌푸렸다. 샌즈는 아차, 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샌즈’도  지하의 괴물이었으리란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샌즈의 불찰이다.

 샌즈는 질문을 바꾸었다. 자신과 ‘샌즈’의 성격의 차이를 보고 파피루스도 있기는 있으나 성격이 달라졌겠다 싶어 한 물음이었다.


 “팝은 잘 지내?”

 “팝…?”

 “오, 그러니까, 파피루스 말이야.”

 “아, 뭐야. 보스를 팝이라고 하는 거냐? 병신 같은 단어네, 팝.”


 샌즈는 잠깐 제 귀를 의심했다. 물론 병신 같다는 건 ‘팝’이라는 호칭이었지만 아주 잠깐 그는 ‘샌즈’가 파피루스를 병신이라고 칭한 줄 알고 싸울 의지가 생기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팝이 보스라고?”

 “보스.”

 “무척 강한 모양이지.”

 “무척 강하지.”


 ‘샌즈’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이 보스라고. 샌즈는 자신이 아는 파피루스로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그 단어를 곱씹으며 허, 숨을 뱉었다.


 “야, 여긴 너뿐이야? 다른 괴물은?”


 ‘샌즈’가 질문했다. 아까부터 뭘 그리 살피나 했는데 그런 의문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샌즈는 손을 내저으며 별 거 아니라는 어투로 말했다.


 “지상에 가서.”

 “미친, 그게 사실이야?”

 “당연하지.”

 “인간들만 죽어나겠는데.”


 ‘샌즈’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샌즈는 갸웃거렸다. 딱히 인간들이 죽어날 이유는 없는데 ‘샌즈’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아까부터의 태도를 보니, 굳이 묻고 싶지는 않았다.

 샌즈는 초소의 간판을 쳐 눈을 털어낸 다음 초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샌즈’에게 물었다.


 “온 김에 구경이라도 하고 가. 아, 물론 난 귀찮으니 집에 갈 거지만.”


 샌즈의 말에 ‘샌즈’는 기가 차단 표정으로 애꿎은 초소만 발로 찼다. 샌즈는 ‘샌즈’의 행동을 보며 초소가 잠깐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 초소는 저런 취급을 받아도 영원히 저 자리에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언제 한 번 해체해서 지상에다가도 세워놓아야겠다. 이제는 보초병이란 직업이 의미가 없었지만 샌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샌즈’가 순간이동을 준비하는 샌즈의 멱살을 붙잡았다. 이 해골은 툭하면 멱살을 잡는 건가. 다른 잡을 곳이 많을 텐데. 샌즈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이봐, 어딜 가려고? 썅, 이 낯선 곳에 날 버려두려는 생각이면 진짜 죽여버린다.”

 “오, 그럴 리가. 여기 서있다 보면, 음…, 어쩌면 팝이 올 수도 있고. 아, 너희 시간선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겠다, 그렇지? 굳이 내가 너랑 있지 않아도 방법은 많아.”

 “싸우자. 씨바, 너 뒤졌어.”

 “워어, 진정하라고, 친구.”


 이거 참, ‘골’ 때리는 친구잖아. 샌즈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샌즈’를 다독였다. 괜찮아, 여기 있으면 경치도 제법 괜찮으니까 아마 있을 만은 할 거야. 그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더더욱 험악해지는 ‘샌즈’의 인상에 샌즈는 후두엽이 있을 만한 위치의 두개골을 긁적이며 제안했다.


 “정 그렇다면 그릴비네에 가서 케첩이라도 먹는 건?”


 이제는 주인이 없겠지만, 아직도 가게는 남아있다. 냉장고도 그대로고 전기도 멀쩡해서 케찹 보관소로 종종 이용하는 중이었다.

 ‘샌즈’는 “케첩 같은 소리 하네….”하고 조용히 중얼거리다가 조금 풀어진 듯 샌즈의 멱살을 풀었다. 그리고 머뭇거리다 말했다.


 “……머스터드가 있으면 가주지.”

 “케첩의 멋짐을 모르는 해골은 나중에 죽어서 ‘뼈’도 못 추리게 돼.”

 “그렇게 만들어준다, 새끼야.”

 “가서 머스터드를 찾아보자고, 친구. 그래도 명색이 식당인데 있지 않겠어?”


 샌즈는 ‘샌즈’에게 눈을 찡긋거렸다. 해골의 윙크라니 가능한 것인지 ‘샌즈’는 잠깐 생각했지만 어차피 진짜 해골도 아니고 해골 괴물이니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





 “…미친.”


 그릴비의 가게는 그야말로 폐허 안의 폐허, 킹 오브 폐허였다. 가게라는 장소의 특징이 있어 아무래도 인적이 드물면 온기가 사라지긴 하지만 괴물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은 샌즈도 차마 예상하지 못했었다. 샌즈가 예상하지 못했는데 ‘샌즈’는 오죽했겠는가.

 샌즈는 금방이라도 한 대 칠 것 같은 ‘샌즈’를 보며 손을 까딱였다.


 “앉아있을 테니까 머스터드 찾아와. 이왕이면 내 케첩도 부탁해.”

 “뭐, 시발?”


 ‘샌즈’는 어이없음을 굳이 숨기지 않은 채 샌즈를 노려봤다. 오늘 이곳에 처음 왔는데 뭐가 숨어있는지 어떻게 알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의자에 앉아 ‘샌즈’를 올려다보고 있는 샌즈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이럴 때만 행동이 재빠르다. ‘샌즈’는 샌즈를 일으키느니 차라리 본인이 직접 움직이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해 강하지 않은 강도의 주먹을 한 번 내질러준 다음 안쪽으로 들어갔다. 샌즈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제 어깨뼈를 문질렀다.




 ‘샌즈’는 샌즈에게 케첩을 던지듯 건네준 뒤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샌즈는 ‘샌즈’에게 짧은 감사를 표시했다. 설마 진짜로 가져오겠나, 싶었는데 정말로 가져올 줄은… 사실 내심 기대하고 있기는 했다.

 샌즈는 ‘샌즈’가 노란색의 머스터드를 입에 가져가는 것을 보며 툭 물었다.


 “케첩은 어때?”


 ‘샌즈’의 표정이 대번에 굳어졌다.


 “꺼져.”

 “이런.”


 머스터드라니 오히려 그쪽이 더 끔찍하다. 샌즈는 몸을 잘게 떨며 케첩을 입안에 부었다. 아무래도 ‘샌즈’가 사는 곳은 감자튀김에도 머스터드를 뿌려 먹을 것 같았다.

 샌즈는 더 이상의 그런 맛없는 상상은 그만두기로 결정해 그저 케첩을 먹는데 열중했다. 무언가에 열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하지만 ‘샌즈’는 낯선 곳에서 머스터드를 먹는다는 사실이 불안한지 연신 날이 서있는 태도였다. 샌즈는 괴물 좋은 미소를 보이며, 원래도 웃고 있지만, ‘샌즈’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경계하고 있으면 체하겠어, 친구. 어차피 우리뿐인데 좀 더 편하게 먹는 게 어때?”

 “신경 꺼.”


 ‘샌즈’가 여전히 뾰족한 어투로 말했다. 더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샌즈는 그런 그의 생각을 존중해주기로 하며 다시 케첩에 집중했다.

 감자튀김도 무엇도 없으니 조금 심심하고 획일적인 맛이었다. 샌즈는 이 맛을 조금 더 즐겨보기로 했다. 샌즈 자신이 가능한 음식은 기껏해야 키슈와 ‘도그 정도인데 굳이 맛을 늘리자고 그런 귀찮은 조리 과정을 거치고 싶지는 않았다.




 이빨이 케첩만 먹고 나면 약간 빨개졌는데 그건 ‘샌즈’의 머스터드도 마찬가지였다. ‘샌즈’가 먼저 샌즈의 붉은 이빨을 보고 비웃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샌즈’도 샌즈에 의해 같은 꼴을 당해야 했다.

 ‘샌즈’는 웃느라 삐질 나온 눈물을 닦아내며 바에 엎어졌다. 샌즈는 바에 팔을 얹고 턱을 괴었다. 간만에 색다른 경험이었다. 샌즈는 나름 괜찮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샌즈’가 엎드린 상태로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어.”

 “헤? 뭐라고, 친구?”


 샌즈가 되물었고 ‘샌즈’는 끙, 하며 갑자기 몸을 일으켜 팔로 턱을 괬다. 샌즈와 비슷한 자세였지만 표정은 훨씬 좋지 않았다.


 “시발, 말하면 한 번에 들어. 귀 병신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해골은 귀가 없,”

 “아, 좀, 존나 그냥 알아서 이해해! 해석하지 말라고!”

 “오, 알겠어. 그걸 원했구나. 그래서, 뭐라고 했어?”

 “……아……씨발………….”


 ‘샌즈’는 인상을 더욱 구기며 끙끙 앓았다. 한 번 더 말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 중이었다. 샌즈는 ‘샌즈’의 솔직하지 못한 점을 눈치채고 인내심 있게 ‘샌즈’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아, 됐어. 그냥 꺼져.”


 결국 말하지 않았다. 어지간히도 수줍음이 많다고 샌즈는 멋대로 해석하며 헤헤 웃었다. ‘샌즈’는 쯧,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샌즈는 옷을 정리하는 ‘샌즈’를 응시했다. 굳이 옷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간다.”

 “헤, 머스터드만 먹고 가는 거야?”

 “씨발, 그럼 뭘 더 하라고.”

 “그러네. 잘 가.”

 “오냐.”


 덤덤한 작별과 함께 ‘샌즈’는 사라졌다. 마치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 같았다. 머스터드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샌즈는 잠깐 머스터드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헤…. 체력이 없었나 보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남았나?

 남은 것 같았다. 샌즈는 가게 문을 열고 나왔다. 또 볼 수 있으면 참, …좋지만은 않겠지. 샌즈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있게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었다.

 샌즈는 갑자기 파피루스가 보고 싶어졌다. 그는 간만에 천천히 걸었다.

 눈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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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님 축전이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며칠 지났는데 텔샌펠샌 같지도 않네요...ㅎ.... 진짜............. (우럭우럭

생일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ㅎㅁ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