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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五人格 ❄

선지자 ─ 犧牲

by cllun 2019. 12. 16.

─ ‘양치기’ 스킨 설명을 참고했습니다.

 

 

 

 『모든 이는 마치 길 잃은 양처럼 각자 제 갈 길을 갑니다.』

 

 이걸 능력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만. 타인과 다르단 건 이미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를 수밖에요. 제가 남과 같았다면 어린 시절부터 사람과 어울리며 사람 사이에 살아갔겠죠. 신께서는 절 필요로 하셨고, 저는 그 분의 은혜에 보답하기에 급급한 남아였습니다.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배우지 않아도 좋을 것을 도리어 배워 알게 되니 세상을 올바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의 욕심이 얼마나 큰지 아느냐.’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해 저는 근 이틀을 고뇌했습니다. 사람의 욕심이 큰지부터가 의문이었습니다. 신께 제 사소한 일을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그 점은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제게 봄이 오면 딸기를 따다 주는 착한 누나의 예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묻고 싶었습니다. 당신께서는 당신의 형상을 사람으로 만드셨다 하시고는 욕심이 크다고 탓하시면 그 욕심은 또한 누구의 것입니까. 사람은 분명 신과 같을 수 없습니다. 신은 직접 누군가의 목적지를 정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존재이며, 사람은 그저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바라보고 하염없이 걸어가는 무지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신을 본따 만든 창조물이 인간이라면 인간의 감정은 신의 감정이 아닐까, 조용히 그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날 저녁, 제게 내려진 벌은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극심한 두통이었습니다. 선택받은 인간으로서 신께 경배하고 그를 모독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신뢰를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전 그 과중한 의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저 이 무어라 정의해야 할지도 모를 조금 신묘한 능력을 가지고, 신의 음성을 직접 청취하는 영광을 얻어 신이 났던 건방진 꼬마에 불과했지요. 이 맹목이 고통이란 당위를 얻고 나서야 저는 중심을 찾았습니다. 세상에 쳐진 천막이 한 겹 사라진 기분이었습니다. 지독한 공포 앞에서는 무릎을 꿇게 된다는 교훈, 몸소 깨닫기 전에는 모르는 것들입니다. 신께서는 어린 제게 가장 빠른 깨달음을 주기 위해 아끼는 제 심복에게 열병을 안기고 차마 죽이지는 못하셨습니다.

 

 그러나, 신이시여. 분명한 건 그 두통이 제게 확신을 가져다주었단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의 욕망을 아주 잘 알고 계시기에 진리에 한 걸음 가까워지는 제가 두려우셨을까요. 아니면 주제넘게도 제가 당신을 잘 알게 되는 것이 불쾌하셨을까요. 신께서 한낱 인간을 두려워한다는 말은 진정 온당치 못한 말일 테지요. 결국 당신은 제게 일말의 불쾌함을 가지셨던 겁니다. 전 제가 모시는 신께 버림을 받아 하잘것없는 인생으로서 살아가는 범인(凡人)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변함없이, 지금도 그렇습니다. 선택받은 일라이 클락, 우습지만요. …그렇군요. 전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 미천한 몸으로 신이한 눈을 가진 이상 저는 언제까지고 신을 위해 봉사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제 기쁨이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교육의 힘은 놀랍게도 그 기쁨이 제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도록 했습니다. 이게 인간의 어리석음이 아닐까요.

 

 사람들은 저더러 길을 인도해달라고 하지만 실은 이 모든 게 제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제 눈은 신께 보여드리기 위해 바쳤고, 제 귀는 신께 들려드리기 위해 바쳤으며, 제 입은 신께서 의사를 피력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바친 지 오래입니다. 진정한 인도는 그네들이 그토록 불신해 마지않는 신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저는 단지 언제든 쓰이고 버려질 준비가 되어 있는 마리오네트 인형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사실에 상처를 받을 새도 없이 전 자랐고, 이제는 상처를 받을 기회조차 애초에 없었단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운명지어졌으니까요.

 

 본디 나기를 똑똑하게 나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아 제가 아는 건 나의 똑똑함과 나의 신과 나의 무지를 알지 못하는 나 자신뿐이 없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도를 올리며 그 모습이 경건했었는지 아니면 경건했어야 했는지를 생각하곤 합니다. 선생님, 제가 당신을 선생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선생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존중의 의미로, 이것 또한 최근에야 알게 된 겁니다마는, 선생이란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을 존중해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면 제 능력에 빌붙는 사람들은 다 무엇인지요.

 

 모든 사람이 평등한 와중에 제가 '선생'들을 존중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요. 저는 당신들을 위해 늘 기도합니다. 늘 사랑함을 아끼지 않고 늘 자신을 태운 연료로 당신들을 밀어 봅니다. 신께서 이 모든 이를 사랑하시기에 제가 그러지 않으면 그는 곧 제 충심과 신뢰에 대한 반역이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받는 모든 것이 제 도움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대가를 지불할 일 없이 잘만 살아왔습니다. 그게 제가 가진 행운이었지요. 이제는 불가합니다. 새로움을 원하시고 또 우리를 굽어 보시매 신께서 말씀하시었습니다. 이 하찮은 종에게 보잘것없는 임무를 하나 내려주셨습니다.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기꺼이 맞잡아 당신을 수렁에서 꺼내 드리렵니다. 설사 이 한 몸이 수라에 빠진다 해도 그 또한 신께서 인도하신 길. 제 삶은 처음부터 제 것이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犧牲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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