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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S/BL

[준호동진] 겉옷

by cllun 2018. 11. 18.

◈ 개인 해석 및 설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 To. 탤 님



 귀와 코가 빨갛다. 얼얼하고 차갑고 찡한 감각, 동상이라도 걸릴 것 같은 그런 감각. 구태여 입김을 만들지 않아도 숨을 쉬는 내내 호흡이 하얗게 드러났다. 겨울이다, 동진아.
 나는 안 그래도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너는 몸에 열이 많은 것 같았다. 내 옷차림은 언제나 두꺼웠고 네 것은 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 정도였으니까. 세상에, 아무리 가을이라도 그렇지 마이만 입고 돌아다니는 게 말이 되냐고. 활동적인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른 건가 싶다. 그렇지만 이제는 겨울이야. 영하로 떨어지는 강추위. 너라 해도 마이만 입고 버틸 수는 없는지 넌 부쩍 겉옷을 여미기 시작했다. 두껍지는 않지만 제법 실용적으로 보이는 가벼운 겉옷이 참 너답다고 생각했다.

 “너 그렇게 입으면 안 춥냐?”

 한 번은 물어봤다. 손끝, 발끝, 귀끝, 코끝, 볼까지 어디 하나 붉지 않은 부분이 없는데 혹시 더 껴입을 생각은 없는가 해서.

 “좀 춥긴 한데…, 그래도 너무 입으면 움직이기 불편하잖아.”

 그런 선택지가 있는 걸 보면 아직 네가 덜 추운 거구나. 그러고 말았다. 실내는 난방이 따뜻했고, 실외에서 너만큼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면 확실히 추위는 많이 안 탈 테니까. 게다가 내가 뭐라고 네게 더 신경을 쓸 수 있겠냐.
 하지만 눈이 온다면 내 생각에는,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눈이 왔다. 그냥 진눈깨비가 아닌 펑펑 날리는 함박눈이 왔다. 교정을 들어가기 전 문보다 먼저 만난 너의 얼굴이 차갑게 얼어 있었다.

 “준호야, 안녕! 좋은 아침이야!”
 “…넌 안 좋아 보이는데.”
 “별로? 그냥 추워서 그래.”

 네가 활짝 웃었다. 나는 분명 옷 속에 핫팩을 잔뜩 넣어왔는데 어째 내 앞에 있는 네 웃음이 핫팩보다 더 따뜻한 것 같아. 괜히 기분이 묘해져서 고개를 돌렸다.

 “눈 진짜 많이 온다. 빨리 가자!”

 이런 운치 있는 날에 너와 좀 더 이 순간을 즐기며 여유롭게 걷고 싶다고 하면 네가 무척이나 놀라겠지. 난 추운 걸 싫어하니까. 그만큼 내가 널 생각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주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넌 눈치가 없다.

 “왜 그래?”
 “학교 가기 싫다….”
 “따뜻한 데 들어가는 게 너도 좋을걸? 으, 춥다.”

 봐, 눈치 없기는. 샐쭉하게 노려보니 네가 히히 웃는 게 귀엽다. 이 상황에서마저 너라면 뭐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내가 우습다. 하지만 정말로 이 순간은 놓치고 싶지 않은걸. 고민 끝에 야상을 벗었다.

 “헉, 준호야 안 추워…?”
 “으으으, 괜찮아.”

 네게 겉옷을 둘러줬다. 이제 넌 교복 마이+겉옷+내 야상과 핫팩(NEW)까지 둘렀으니 따뜻함을 넘어 더울 것이다. 그리고 난 춥네.

 “엣, 취!”
 “미쳤어?! 야상 가져가! 아니, 일단 빨리 들어가자!”
 “됐어. 감기 걸리고 내일 수업 빠질 거야.”
 “그걸 말이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내일 쑥스러워서 네 얼굴을 어떻게 보겠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하늘에서는 눈이 그치지 않았고 나는 아무래도 내일 정말 감기에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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